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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젊은 세대에 바짝 다가선 K-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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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5.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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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이 저들을 열광하게 하는가 ... 대중친화적 종교로 탈바꿈 시도
최근 불교계는 젊은 세대를 포용적으로 끌어안으며 대중친화적 종교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동자승을 친근하게 표현한 캐릭터 연등.

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전날 내린 비로 미세먼지가 싹 가신 쾌청한 날씨에 휴일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그 가운데 사람들의 발길이 유독 많이 향하는 곳이 있었다. ‘평화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연등회 전통등 전시회였다. ‘연꽃’ ‘주악비천’ ‘반가사유상’ 등 불교를 상징하는 대형 연등 16개가 선보였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외출 나온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의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핸드폰에 담았다. 자녀에게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부모와 외국인에게 한국 불교를 소개하는 가이드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유튜브 콘텐츠로 중계하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보였다. 


어둑어둑 날이 저물고 연등이 하나둘 불을 밝히자 지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그만큼 느려졌다. 점등은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했다. 알록달록 불이 들어오자 누구랄 것도 없이 “우와~ 너무 예쁘다” “귀여워!”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외국인들도 가던 걸음을 멈춰 서서 “뷰티풀”을 연발했다. 


세종로에서 조계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군데군데 석가모니 캐리커쳐가 그려진 연꽃 형태의 부채를 손에 든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종로를 비롯해 시내 곳곳 가로수에는 봉축등이 형형색색 수를 놓았다. 


조계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붉은빛 연등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히 주렁주렁 달렸다. 합장하며 예불하거나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을 하는 불자를 비롯해 이 모습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는 관광객까지 수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뒤섞였다. 뒤편으로 통하는 등터널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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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종각사거리부터 인사동 입구까지 왕복 6차선 도로를 통제하고 긴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사물놀이 풍물패와 무용단을 앞세우고 ‘사천왕상’ ‘동자승’ ‘연꽃’ 등 불교를 상징하는 모형이 차례로 행렬을 이뤘다. 진행자는 “우리의 소원을 담은 설레는 불빛”이라며 “부처님오신날의 기쁨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길가에 늘어선 시민들은 이에 호응하듯,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동참했다. 바람이 불어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만면에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종교를 떠나 마치 하나의 트렌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거대한 축제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오후 8시부터는 연등회의 피날레인 ‘연등놀이’가 막을 올렸다. 한마음선원, 연등회프렌즈 등 불교단체 회원들이 군무를 펼쳐냈다. 눈길을 끈 점은 예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 이맘때면 으레 반복되는 행사지만, 올해는 분명 체감되는 ‘온도’가 달랐다.


젊은 층에 초점을 맞췄다더니 오프닝을 비보이, 비트박스 공연 등 파격적인 프로그램으로 배치했다. 관서현보살이라는 활동명으로 무대에 오른 한 가수의 노래는 마치 기독교의 복음성가처럼 대중친화적이었다. 그는 이를 “새로운 장르의 찬불가”라고 했고, 진행자는 ‘음성 공양’이라고 표현했다. 현대 리듬에 ‘나무아미타불’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불교용어로 된 가사만 낯설 뿐 음률이나 곡조는 여느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선창에 따라 청중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큰소리로 외쳤다. 


절정은 ‘뉴진 스님’이라 불리는 개그맨 윤성호 씨의 순서에서 극에 달했다. 스님보다 더 스님 같다는 그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불교계 영향력 1위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승려 복장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디제잉을 하는 모습이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뉴(New)진(進)’은 실제 조계종으로부터 받은 법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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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때리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그는 박자에 맞춰 “이 또한 지나가리 ... 고통을 이겨내며 극락왕생!”이라는 가사를 목청껏 내질렀다. 불교 교리를 노랫말에 삽입했다. 헤드폰을 두르고, 목탁을 두드리며, 격렬하게 춤을 췄다. 합장한 채 “부처 핸섬”을 외치면서 껑충껑충 무대를 뛰었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으면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라며 ‘깨닫자!’라는 말을 연호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일시에 ‘무장해제’됐다. 현장의 열기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저마다 공중에 손을 치켜들고 제자리를 구르며 환호를 내뿜었다. 흥분한 듯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수천 명이 하나가 되어 일제히 반응했다. 아마 그중 절반 이상은 종교를 떠나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인 듯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은 특별한 종교적 의미나 가치를 두는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모든 인파가 불자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개중에는 그저 즐길거리를 찾아 나오거나 호기심에 달려온 이도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불교를 대하는 일반의 시각은 과거와 비교해 훨씬 유연해졌다. 


편견처럼 여겨졌던 고루하다는 이미지는 근래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힙’(트렌드를 알거나 따른다는 뜻의 유행어)하다는 반응이 많다. 불교에 대한 그간의 고정관념을 비틀었다며 오히려 매력적이고 멋지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언론은 “뉴진 스님이 MZ 세대를 불교로 끌어들였다”며 주목한다.


기념공연은 오후 9시30분이 넘어 끝났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사뭇 궁금해졌다. 대체 무엇이, 이 시대에 저들을 저토록 거리낌 없이 불교에 열광하게 하는지. 이 거대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지. ‘뉴진 스님’ 열풍은 이 시대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며, 어떤 도전을 던지는지. 이들 세대에게 재림교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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